부모님이 치매면 그 재산, 누가 관리하나요?
노노(老老)상속, 판단할 수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도구가 따로 있어요
핵심 요약
- 노노상속의 가장 큰 위험은 세율이 아니라 부모님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이에요.
- 유언대용신탁·후견계약·유언은 모두 판단능력이 남아 있을 때만 만들 수 있고, 그 시점을 놓치면 남는 건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절차뿐이에요.
- 신탁은 유류분을 피하는 도구가 아니라 유류분을 전제로 설계해야 하는 도구라고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노노상속(고령의 부모님이 이미 나이 든 자녀에게 재산을 남기는 상황)에서 진짜 위험한 건 세율이 아니라 '결정할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이에요. 부모님이 인지능력을 잃으면 증여도, 부동산 매각도, 신탁 계약도, 주택연금 전환도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머니 명의 아파트를 정리해서 간병비를 쓰려는데 계약이 안 된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자녀 전원이 동의하고 인감을 다 모아도 소용이 없어요. 본인의 의사능력을 자녀의 동의로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속세 계산보다 먼저 이 질문을 드립니다. "어머님이 지금 판단하실 수 있는 상태인가요?" 이 답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왜 요즘 치매와 상속 얘기가 같이 나올까요?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늙어가면서, 상속이 열리기 전에 '관리 공백'이 먼저 오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상속세만 걱정하면 됐지만, 지금은 상속이 열리기 전까지의 긴 기간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공공 영역에서도 치매·인지저하 어르신의 재산관리를 돕는 시범사업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이용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즉, 제도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가족이 스스로 설계해 두어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에요.
인지능력이 남아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크게 세 가지예요. 유언대용신탁, 공정증서로 맺는 후견계약(임의후견), 그리고 증여·유언입니다. 셋 다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때'만 유효하게 만들 수 있고, 그 시점을 넘기면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절차만 남습니다.
1.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회피 수단'이 아니에요
신탁에 맡기면 다른 자녀의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분) 청구를 막을 수 있다고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초기 하급심에는 신탁재산을 유류분 기초재산에서 빼 준 사례가 있었지만, 이후 법원은 유언대용신탁으로 넘어간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재산으로 보는 쪽으로 판단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어요.
다만 실무상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어요. 재산을 맡아 관리한 수탁자(은행 등)는 원칙적으로 유류분 반환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본 하급심 판단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탁은 '분쟁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재산이 흩어지지 않게 관리하고, 내가 정한 순서대로 흘러가게 하는 장치'로 이해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2. 후견계약은 서명했다고 바로 작동하지 않아요
임의후견은 판단능력이 떨어질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리인을 정해 두는 계약인데, 세 단계를 다 거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①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하고, ② 등기하고, ③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비로소 작동해요(민법 제959조의14).
대신 후견계약이 등기돼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만 법정후견을 개시하도록 되어 있어요. 미리 준비한 사람의 뜻을 존중하는 구조라, 아무 준비 없이 성년후견으로 가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3. 증여·유언은 '그때 판단하실 수 있었는가'가 전부예요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법률행위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건 아닙니다. 법원은 진단명이 아니라 그 행위를 한 당시의 의사능력을 개별적으로 보고,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해요.
그래서 진단 이후의 증여·유언은 '가능하냐'보다 '증명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공증, 작성 무렵의 의사 소견서, 진료기록, 본인 확인 과정 기록 같은 자료를 함께 남겨 두셔야 나중에 가족끼리 다투지 않아요. 어떤 자산을 먼저 넘길지는 자녀증여, 어떤 자산이 유리할까요? 글도 같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어떤 도구를 언제 쓸 수 있나요?
판단능력을 기준으로 나눠 보면 한눈에 정리됩니다. 아래 표의 왼쪽 세 가지는 '지금'만 할 수 있고, 마지막 하나는 '그 이후'에 남는 선택지예요.
구분 | 가능한 시기 | 형식·절차 | 꼭 확인할 점 |
|---|---|---|---|
유언대용신탁 | 판단능력 있을 때 | 수탁자와 신탁계약 | 유류분을 전제로 설계, 수탁자 역할 한계 |
후견계약(임의후견) | 판단능력 있을 때 | 공정증서 → 등기 → 법원의 감독인 선임 | 감독인 선임 전에는 효력 없음 |
증여·유언 | 판단능력 있을 때 | 증여계약·유언 방식 준수 | 당시 의사능력 증거 확보 |
성년후견 | 판단능력 잃은 뒤 | 본인 주소지 가정법원 심판 | 법원 감독, 중요 처분에 제약 |
참고로 후견등기사항증명서는 본인·배우자·4촌 이내 친족·후견인 등 법에 정한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어요. 거래상대방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못 떼기 때문에, 후견 개시 후 부동산 거래가 생각보다 번거로워지는 일이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여든넷 어머님과 쉰 후반의 자녀 세 분이 함께 오신 사례가 있었어요(각색했습니다). 어머님 재산은 상가 한 채와 아파트, 예금을 합쳐 20억원 정도였고, 경도인지장애 소견을 막 받으신 상태였습니다. 간병을 전담해 온 둘째에게 상가를 주고 싶어 하셨어요.
저희가 정리해 드린 순서는 이랬습니다. 첫째, 신탁으로 상가를 묶더라도 다른 자녀의 유류분은 여전히 살아 있으니, 예금과 보험금으로 정산 재원을 따로 만들어 둘 것. 둘째, 같은 시기에 후견계약을 공정증서로 체결해 병원·요양 결정과 생활비 관리를 맡을 사람을 정해 둘 것. 셋째, 계약 무렵의 의사 소견서와 상담 기록을 함께 보관할 것.
결과적으로 '누가 받느냐'는 신탁이, '누가 결정하느냐'는 후견계약이 나눠 맡는 구조가 됐어요. 세금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다만 신탁 설정 단계의 증여세·취득세 문제는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 사안에서 반드시 따로 검토하셔야 해요. 대략적인 세 부담은 상속세 계산기로 먼저 감을 잡으신 뒤 상속·증여 상담에서 구체화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납부 재원 얘기는 상속세 낼 현금, 어디서 마련하시겠어요?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자주 받는 질문
Q.유언대용신탁에 맡기면 다른 자녀가 유류분 청구를 못 하나요?
그렇게 보시면 위험합니다. 최근 법원은 유언대용신탁으로 넘어간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재산으로 본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어요. 다만 재산을 관리한 수탁자(은행 등)는 원칙적으로 반환 의무자가 아니라고 본 하급심 판단이 있어, 실제 다툼은 수익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구조입니다.
Q.이미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지금 증여나 신탁이 가능한가요?
진단명만으로 곧바로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에요. 법원은 그 행위를 할 당시의 의사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책임을 집니다. 다만 진단 이후에는 분쟁 가능성이 크게 올라가므로 공증과 의사 소견서 등 증거를 함께 남기셔야 합니다.
Q.후견계약서만 미리 써 두면 바로 작동하나요?
아니에요. 공정증서로 체결하고, 등기하고,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959조의14). 그래서 계약서를 쓰는 것만큼 '언제 누가 감독인 선임을 청구할지'까지 가족과 미리 정해 두는 게 중요합니다.
참고 자료

글쓴이
김하나 세무사 · 윤솔세무법인 광명지점
노노상속연구소 소장 · 윤솔세무법인 광명지점 대표세무사 김하나입니다. 세무회계자격시험 출제위원, 해커스금융 온라인 전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고, 한국세무사회 공로상(2024)·국세청장 표창(2022)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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